언제든지,
가고싶으면,
김밥 두어줄, 물 한병 사들고 휭하니 떠납니다.
3월 22일 18시 후배와 그의 선배 이렇게 셋이서 서천군 서면에있는 배다리지 로 갔습니다.
낮 동안에 폭풍처럼 몰아치던 바람은 다행이 저녁이되자 잠잠 해졌는데 이거 추위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영하 3.5도, 자정이 넘어가자 떡밥이 얼어 붙어서 난로에 녹여가며 사용해야 했고
그나마 난로가 없던 후배는 낚시를 포기하고 산에서 나무를하여 모닥불을 놓으려는지 숲속에서
도깨비불 마냥 푸르고 희미한 불빛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나무 부러뜨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전투낚시.
저의 낚시 방식입니다.
자리에 한번 앉으면 밥도 김밥으로 제자리에서 해결하고, 커피도 안마시고, 오줌 싸기도 줄이고,
옆사람과 이야기도 최소한으로, 파라솔이나 텐트도 없이 오직 난로 하나로 버티며 모든 신경을
찌에 집중합니다.
2.0, 2.4칸 두대를 편성하고 열심히 품질을 해보지만 삭은 뗏장수초 언저리에 청태 까지 밀생해 있고
바닥 상황이 지저분해서인지 찌가 던질때마다 제각각이었고 오히려 제대로 안착 되는게 이상스러울 정도
였으며, 도대체 입질 파악이 되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하던중 새벽 세시경 한뼘쯤 물밖으로 나와 서있던
2.4대 찌 가 약간 올라오다 멈추는 순간 챔질을 하니 마치 바닥에 걸린것처럼 전해오는 묵직함..
이어서 들려오는 피아노줄 소리와 옆으로 째는 강한 느낌..
드디어 걸었다는 생각을 하며 두손으로 만세를 부르며 제압에 들어갔습니다.
한참을 수초를 감고 버티던 녀석을 뜰채의 도움을 받아 건져내니 옆 사람 왈 "잉어 아니야?"
나도 희미한 조명 아래서 언뜻보니 잉어 같았는데 가까이 보니 잉어는 아니었습니다.
"아니 잉어는 아니네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럼 떡붕어요?"(사실 여기도 떡붕어가 많이 나옵니다)
"아니 떡붕어도 아닌것 같은데요"
희미한 불빛이지만 그건 분명히 잉어도, 떡붕어도 아닌 토종 붕어 였습니다.
아침에 계척을 했습니다.
36cm...
낚시 시작한지 24년 만에 드디어 월척 조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련없이 제 집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어차피 갈때는 빈손인것을...
후배녀석 그 방생한 고기를 따라 물속으로 들어가더군요. 다시 잡는다고...
그리고 저한테 주지않고 방생했다고 할말 못할말 @%...,
내 등뒤에 대고
" 으이구 성인 군자 나셨네. 그거 마늘넣고 푹 고아먹으면 산삼이 안부러울텐데.."
다른 사람은
" 계척하고 바로 현장에서 지져먹으면 그만인데 쩝쩝..."
엊그제 낚시 방송 보고 서울에서 왔다는 두분의 노조사 이구 동성으로
"어이쿠 그 귀한것을... "
저만치서 그 광경을 보고있던 다른조사
"월척도 아니고 36Cm 면 대물인데.."
나는 어부가 아니고 낚시꾼입니다.
그렇지만 아버지께서 살아 계셨다면 가져왔을 것입니다.
아침 8시 관리인 영감쟁이 돈받으러 오기전에 철수 했습니다.
영감쟁이 메~롱, 오천원이면 어딘데...
낚시 가방에 쓰레기 봉투만 달랑 달랑 든채로 발걸음도 가볍게...
욕심을 버리면 그만큼 가볍고 자유스럽 습니다.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주에는 옥수수를 들고 다시한번 도전 할것입니다.
곧 거기에서 가물치도 시작해야 겠습니다.
작년처럼...